만물이 푸르름을 뽐내며 성장했던 지난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지루한 여름을 지나서인지 지금 들리는 밤벌레의 ‘찌르르’ 울음소리는 더욱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흔히들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말하지요.

이 가을 저는 프리허그를 통한 아토피 치료에 대한 경험과 확신이라는 수확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산업수도라는 울산에서 아토피치료의 새로운 장을 펼치려 하고 있습니다. ‘프리허그 울산점을 준비하며’라는 제목을 쓰면서 지난 시간 한의사 면허를 손에 들고 어떤 의사로 살아갈지 고민하며 프리허그에서 처음 아토피 진료를 하던 때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나는 왜 아토피 치료를 선택했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어떤 길로 걸어갈지는 개인적인 선택의 몫입니다. 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은 남겠지만 선택한 길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걸어가는 것이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의 숙제이자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길을 걸어옴에 있어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예전 제 삶의 모토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었습니다. 늘 나를 새롭게 해서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의학은 그 목표의 결과물이라 생각했으며 한의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리라 다짐하며 한의학 공부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삶은 그 모퉁이를 돌 때 마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모르는 법이죠. 그렇게 확신했던 한의학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진단은 물론 치료에 있어서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 없이 의학과 철학의 그 중간 어디쯤 걸려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인체의 피부라는 부분이 저에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인체는 닫힌 구조가 아니라 외부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상생하는 구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외부와 소통하는 구강을 시작으로 식도로 이어지는 소화기계는 위, 소장, 대장, 항문을 통해서 다시 밖으로 피부와 연결되어있는 열린구조라는 관점은 저에게 사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장님이 눈을 뜬 것처럼 뭔가 환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소화기가 안 좋으면 피부에 여러 가지 증상이 잘 나타난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상식처럼 알고 있지만 이러한 열린 구조를 생각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늘 보는 피부는 보지 못하는 인체 내부를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로 저에게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아토피. 피부가 말해주는 내 몸‘

우리가 인체의 말단으로만 생각했던 피부는 단지 우리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인류가 이 세상에 출현했던 태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인체 내부의 문제를 결과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프리허그를 통해 아토피라는 질병을 만나면서 몸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의학은 많은 제약으로 인해서 인체 내부 현상을 가시화하는 장비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 장비에만 의존하려하지 말고 피부를 본다면 인체 내부의 상황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장상학(臟象學)에 바탕을 둔 한의학의 기본 개념과도 궤를 같이 하는 진단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을 파악하고 치료하는 첫걸음을 프리허그와 함께 아토피에서 찾아보고자 하였습니다.

‘아토피는 나에겐 사람을 보는 힘이다.’

인간은 본인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을 때 두려움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의사 면허를 처음 받았던 날 기쁨과 함께 그런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졌었던 것 같습니다.

아토피 임상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아토피환자들의 피부증상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증상 보다는 아토피라는 질병을 가진 환자에게 자연스레 관심이 옮겨졌습니다. 저는 그동안 나무만 자세히 보려했지 나무가 있는 숲을 보지는 못했던 것 입니다. 아토피는 단순히 피부만의 질환이기 이전에 마음의 질병이며, 급격한 현대화에 따른 사회적인 질병입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니, 그때 느끼는 세상은 이전과는 다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은 후 아토피라는 질환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환자의 생활, 심리, 습관 등 개인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문제가 피부를 통해서 표출되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아토피라는 질환은 앞으로 제가 추구해야할 전인적인 진료의 근간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길을 잃고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아보기 시작합니다. 길이 있을 때는 그냥 그 길을 따라가면 그만이니까요. 아토피 완치의 길은 지금까지 황무지와 다름없었습니다. 그 길에서 연구하고 탐구하여 지금의 프리허그가 탄생한 것처럼 저도 그 길에 발걸음을 맞추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아토피환자 여러분을 완치의 길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고자 합니다.

빛을 퍼뜨리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초가 되거나 촛불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라지요. 저는 프리허그의 아토피 치료 정신과 방법을 맑고 깨끗한 거울이 되어 아토피환자들게 비춰드리고 싶습니다.